박영조 카서울닷컴 사장, "CCTV로 수입 중고차 매물 직접 확인하세요"

서울 성동구 장한평 일대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중고차가 거래되는 곳이다. 하지만 수십년 역사가 지속되다 보니 낡은 건물도 적지 않게 생겼다.

이곳에 작년 말 전체를 유리벽으로 마감한 11층짜리 최신식 건물이 들어섰다. '수입차,명품차 전문 쇼핑몰'을 표방하고 있는 카서울닷컴이다. 1층엔 SF영화에 많이 등장하는 대형 멀티비전과 키오스크가 자리잡고 있었다. 원하는 중고차 정보를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검색해 출력한 뒤 해당 층에 올라가 상담을 받는 방식이다. 한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 건물 8층 집무실에서 박영조 카서울닷컴 사장을 최근 만났다.

박 사장은 "신차의 경우 별다른 정보가 없어도 얼마든지 믿고 살 수 있지만 중고차는 그렇지 못하다"며 "소비자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수입 중고차 전문 백화점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카서울닷컴은 소비자 신뢰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는 게 박 사장의 설명이다. 우선 중고차를 입고할 때 각종 성능시험 및 자체 검사를 거쳐 정확한 이력을 기재한다. 또 각 층 곳곳에 설치한 CCTV를 통해 차량의 위치 및 상태를 실시간으로 공개한다. 잠재 고객들이 집이나 회사에서 눈으로 직접 확인한 후 매장을 찾을 수 있어 '허위 매물'을 원천 봉쇄할 수 있는 구조다.

박 사장은 "과거엔 온라인 쇼핑몰에 거짓으로 싼 매물을 띄워 놓은 후 소비자가 매장을 방문하면 더 비싼 물건을 사도록 유도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며 "카서울닷컴에선 소비자가 CCTV를 이용해 원거리에서 매물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데다 모든 정보를 파악한 후 현장을 찾으면 되기 때문에 훨씬 안전하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시스템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때문에 작년 12월 폭스바겐 본사의 중고차 담당자들이 카서울닷컴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매장을 직접 찾았다고 한다.

박 사장은 "차량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띄우는 게 아니라 온라인시장의 물건을 오프라인으로 옮겨놓자는 개념으로 출발했다"며 "딜러 등 공급자 위주였던 중고차시장을 소비자 중심으로 확 바꾸고 싶다"고 강조했다.

카서울닷컴의 또 다른 장점은 빌딩 내에 각종 금융업체들이 대거 입점했다는 사실이다. 현대 · 아주 · KT · 신한 · 효성캐피탈 등이 카서울닷컴과 제휴를 맺고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박 사장은 "딜러들이 현금으로 중고차를 매입할 때 파격적인 구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고,소비자 입장에선 저렴한 할부금융을 이용할 수 있다"며 "카서울닷컴의 진짜 경쟁력은 강력한 금융서비스에 있다"고 전했다.

카서울닷컴엔 조이모터스 준서모터스 SK엔카 GS카넷 등 국내 유수 중고차 딜러업체들이 대부분 입점해 있다. 지하 주차장을 빼고 중고차 상품을 총 1150대 전시할 수 있다. 현재 500~600대가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박 사장은 올봄부터 건물 옥상에 '중고차 무료 경매장'을 개설할 계획이다. 중고 수입차를 팔려는 사람들이 옥상 특설 무대에 자신의 차를 선보이면 카서울닷컴 소속 딜러들이 자유경매 방식으로 인수하는 방식이다. 고객이 원치 않으면 경매를 철회할 수 있다. 모든 수수료를 무료로 운영해 소비자 편의를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카서울닷컴의 가장 큰 경쟁상대는 2003년 설립된 양재동 서울오토갤러리다. '백화점식 기획시장'이란 개념을 도입해 차별화하겠다는 게 박 사장의 포부다. 박 사장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어 접근성이 좋은 덕에 1층 벤츠 매장에선 중고차 공급이 달릴 정도"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1980년 공채로 대우건설에 입사해 리비아 등에서 현장소장 등으로 일한 뒤 1985년 견인차 조립업체인 삼정EDM(전 삼정자동차공업)으로 옮겼다. 1986년엔 유통업체인 차밍홈(전 삼정물산)을 설립했고,1994년 삼정EDM 대표로 취임했다. 삼정EDM은 카서울닷컴의 소유업체이며,박 사장이 주요 주주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